올해 초에 발생한 일입니다. 

 

 

오전 7시부터 혈액투석을 시작한 60대 여성환자가 속이 메슥거리면서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있다고 간호사를 찾았습니다. 

속에 답답하면서 신물이 넘어 오는 듯한 증상이 있는데, 소화제를 줄 수 있냐고 물었지요. 

 

 

이 분은 당뇨병성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신장 기능 장애로 10년 전에 혈액 투석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1주일에 3회씩 혈액 투석을 하고 있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 듯하고 속이 답답하다는 증상이 발생한 후에 혈압이 저하되는 현상이 보였고, 

진찰해 보니 맥박이 1분에 130회까지 빨라진 빈맥과 미세한 부정맥이 확인되었습니다. 

심전도 검사에서 심근경색증을 의심할 만한 결과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상동맥 질환(협심증)이 의심되었습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에서 협심증이 발생해도 가슴 통증이 없고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꽤 흔합니다. 

이 환자 분은 6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은 환자에 속하지만 당뇨병이 오래된 환자이고 2년 전에 협심증이 있어서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넣은 병력도 있었거든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막혀서 좁아졌거나, 일시적으로 수축해서 혈액 공급이 되지 않을 때 심장의 맥박을 유지하는 부위를 침범하면 부정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선 혈액 투석을 중단하고 맥박을 정상으로 하는 응급처치를 한 후에 환자를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다행히도 환자를 이송하기 전에 미리 연락해 놓은 심장내과 교수께서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관상동맥 촬영술을 시행하고 거의 완전하게 막힌 혈관 한개를 발견해서 스텐트를 넣었습니다. 

빠르게 조치해주신 심장내과 교수 덕분에 환자분은 심근경색증이나 심각한 후유증 없이 회복했지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석환자를 치료하고 있고, 투석실의 일상이 큰 문제없이 잘 지나가는 것 같아도, 이렇게 응급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투석을 해 온 환자들에게 심혈관질환이 매우 흔하지만, 새롭게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 환자들과는 달리 증상이 뚜렷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번 환자의 경우와 같이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은 거죠. 

 

 

 

이런 위기를 잘 넘기는 방법은 첫째, 환자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서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고 

둘째, 이 문제를 해결할 파트너 (대부분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입니다.)와 직접 소통하는 것 입니다. 

유명하고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보다는 믿음직한 교수들과 직접 소통이 되어야만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깐요. 

 

 

 

오늘도 잘 회복해준 환자분께 감사드리면서 환자들의 작은 호소라도 놓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환자 분들께서도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담당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자세히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