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에 외래를 방문한 50세 여성인 A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신기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 20년 전에 소변 양이 적어지고, 몸이 붓는 증상이 있어서 신장 조직검사까지 하고 만성 사구체 신염으로 진단받았지만, 약간의 부종 이외는 자각 증상이 없어서 치료받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부종도 거의 없어서 사구체 신염은 거의 잊고 지내던 중이었지요.
내원 당시 얼굴은 창백하고 피부는 건조했고, 혈압이 190/120 mmHg로 높았습니다. 혈액의 크레아티닌 농도가 4.8 mg/dL (정상 범위 0.8-1.3 mg/dL), 소변에서 단백뇨가 3+ 검출되었고요. 신장 초음파 검사에서 양쪽 신장이 모두 정상의 약 70 % 이하로 작아져 있었습니다. 혈액의 크레아티닌 농도가 높고 양측 신장이 모두 작아져 있으면 만성 신장질환이 매우 오랫동안 진행되었음을 의미하고, 앞으로 신장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A씨의 신장 상태는 신장기능이 정상의 약 20-25% 정도로 판단되었습니다.
신장 기능이 이 정도로 악화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로, 운동할 때 숨이 찬 증상, 수면 장애, 식욕 부진 등 다양한 증상이 있을 텐데, A씨는 2-3년 간 피곤하고, 잠을 깊이 잘 수 없는 증상이 있었지만 흔한 갱년기 증상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 식사 양이 적었기 때문에 식욕부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신장기능이 정상의 30% 이하로 감소하면, 원인 질환에 관계없이 계속 악화되어 결국에는 환자의 신장 기능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더욱이 이 시기를 지나면서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지요. A씨의 경우는 신장 기능이 20-25 %로 심하게 손상되었으므로 방치할 경우에는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투석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혈압과 빈혈을 조절하고, 신장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를 시작했어요.
환자마다 치료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만으로도 신장기능 악화의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으니 희망을 갖고 치료하면서 신장 기능이 다행히 꽤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면서 몇년 간 투석을 미룰 수 있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은 증상이 다양하고, 모호하지요. 이렇게 모호한 증상들 때문에 A씨도 만성 신질환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갱년기 증상으로 자가 진단해서 본의 아니게 치료 시기를 놓친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미 나빠진 신장 기능을 좋게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A씨도 신기능이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미리 치료를 시작했다면 신장 기능이 지금보다는 좋게 유지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치료한다고 신장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신장질환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 검진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은 1-2년에 한번씩 건강 검진을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건강 보험에서 제공하는 건강 검진이지만, 질병의 유무를 알기 위한 첫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꽤 많습니다. 특히 증상이 모호한 신장질환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지요. 혈액이나 소변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무시하지 말고 꼭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야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악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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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및 명절 정상 진료, 일요일 휴진
30년 경력 신장내과 전문의